양이나 염소의 가죽으로 만든 서사재료(書寫材料).
무두질한 가죽을 건조·표백한 다음 활석(滑石;talc)으로 닦아 광택을 낸 것으로서 중세 유럽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이에 대하여 송아지가죽으로 만든 것은 벨럼이라고 한다. 양피지의 기원은 BC 2세기 무렵 페르가몬의 왕 유메네우스 2세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이집트왕 프톨레마이오스와 책 수집을 겨루던 중 이집트왕을 노하게 만들어 당시 사본의 주요 서사재료였던 이집트의 파피루스를 수입할 수 없게 되었다. 페르가몬에서는 이전부터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서사재료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가죽의 처리방법을 연구, 개선하여 질좋은 재료를 만들 수 있었으며 그것을 <페르가몬의>라는 뜻인 <페르가메나>로 불렀으며, 영어의 <파치먼트>란 이 <페르가몬>에서 생긴 말이다. 양피지나 벨럼은 파피루스에 비해 내구성이 훨씬 좋았고, 또한 양피지로 꾸민 책자체본(冊子體本)은 파피루스의 두루마리본보다 취급하기가 한결 간편하였다. 그 때문에 3세기 말에서 4세기 무렵부터 서유럽에서는 파피루스 대용으로 양피지와 벨럼이 주요 서사재료가 되어 중세 말까지 사용되었다. 그러나 15세기 이후 간행본 시대를 맞이하여 종이로 대체되면서 양피지를 사용하는 기회는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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