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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쳅수트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룩소르는 이집트 파라오들의 무덤이 밀집된 장소이다. 그 중에서도 룩소르의 서쪽, 왕가의 계곡 뒤편에서 기존의 피라미드와는 그 형태가 사뭇 다른 거대한 신전을 발견할 수 있다.
사자들의 신전 ‘데이르 엘바하리’, 즉 장례가 이루어지던 신전인 이곳은 이집트 유일의 여자 파라오인 하쳅수트(BC 1503~1482간 재위)의 무덤이기도 하다.
하쳅수트는 이 신전을 그녀의 아버지 투토모스 1세를 기리기 위해 건축하였고 스스로 신전에서 제례를 관장하는 제사장이 되었다. 하쳅수트는 이집트 최초의 여성 파라오일뿐만 아니라 신권과 왕권, 그리고 군사권까지 모두 장악한 최초의 파라오였다.


이집트의 파라오 가문은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간의 결혼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하쳅수트 또한 아버지 투토모스 1세의 첩이었던 무트노프레트의 아들인 배다른 오빠 투토모스 2세와 결혼을 하였다. 투토모스 2세는 병약한 사람이었다. 그는 하쳅수트와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명을 달리하고 만다. 하쳅수트와 투트모스 2세 사이에는 네페루레라는 딸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차기 파라오의 자리는 투토모스 2세의 후궁 소생인 투토모스 3세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즉 하쳅수트의 의붓 아들이 다음 파라오의 자리를 잇게되는 것이었다. 그때 투토모스 3세는 불과 10세였다. 하쳅수트는 어린 의붓 아들을 대신하여 정치를 하기위해 섭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때 그녀는 20세였다.
하쳅수트는 섭정의 지위에 만족할 인물이 아니었다. 섭정이 되고 얼마 후 그녀는 내친 김에 스스로가 파라오가 되어 버렸다. 이집트의 관례상 여성은 파라오가 될 수 없었음에도 그녀는 파라오의 자리에 올랐다. 세간의 입방아를 무마하기 위해 그녀는 남자의 옷을 입고 인조수염을 달았다.
의붓아들 투토모스 3세는 계모에게 파라오의 자리를 빼앗긴 채 하쳅수트의 딸 네페루레와 결혼하고 20여 년 간을 숨죽이며 살아야만 했다.
하쳅수트의 통치기는 이집트 신왕조의 전성기였다. 그녀는 상이집트와 하 이집트를 통합하고 신권과 왕권, 군사권까지 모두 휘두르는 강력한 파라오가 되었다. 여기에다 교역에 많은 관심을 가져 여러 곳으로 상인단을 파견하기도 하였다. 그녀의 무덤 벽화에는 전설의 나라 푼트와 교역한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다.
하쳅수트는 건축에도 관심이 많았다. 하쳅수트의 총신인 세넨무트는 그녀의 신전 ‘데이르 엘바하리’ 뿐 만 아니라 곳곳에 하쳅수트와 이집트의 영광을 기리는 거대한 건축물을 건설하였다.
카르낙 아몬 사원에 세워진 오벨리스크, 룩소르와 카르낙 사이에 세워진 성벽과 중간 성소, 벤하산 근처의 암벽사원, 수단 북부 누비아의 부헨 사원 등 많은 건축물들이 하쳅수트 치세에 지어졌다. 엄청나게 화려하고 거대한 건물들이 이 시기에 건축되었다는 것은 하쳅수트의 파라오로서의 권력이 얼마나 확고하며 강력하였는가를 말해준다.
하쳅수트는 통치 20년 만에 파라오의 자리에서 물러 난다. 죽음으로 인한 퇴위인지 혹은 반란이나 또 다른 물리적 사건으로 인한 퇴위인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다.
하쳅수트의 뒤를 이은 파라오는 그녀의 의붓아들이며 사위이자 파라오 자리를 잠시 빼앗겼던 투토모스 3세였다.
하쳅수트의 사후에 그녀의 업적과 역사적 기록은 모두 훼손되었다. 그녀의 죽음 직후부터 이런 일이 시작되었다. 곳곳에 지어진 하쳅수트의 건축물은 부분부분 파손되었고 벽화에 그려진 그녀의 얼굴은 도삭되었다. 그녀의 조각품들은 파괴되었다. 그녀의 업적을 기린 기록과 비문들은 모두 훼손되었다. 모두 20여 년 간 하쳅수트의 죽음만을 기다리던 투토모스 3세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었다.
심지어 하쳅수트가 왕위에 있었던 20여 년 간의 시간 마저 부정되었다. 이집트 왕의 목록에서도 그녀의 이름은 빠진 채로 투토모스 2세 다음에는 투토모스 3세가 기록된 것이다. 투토모스 3세는 파라오로서 이집트를 강력하게 통치한 위대한 여성 하쳅수트의 기억을 완전히 지우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녀가 이룩한 많은 것들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였다. 하쳅수트의 치적은 그녀의 의붓아들이 눈에 불을 켜고 제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나긴 역사를 넘어 오늘날까지 그 자취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관 뚜껑에는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왕의 딸, 신의 아내, 위대한 왕의 아내, 두 나라의 여주인 하쳅수트는 말한다. -오 나의 어머니 누트(하늘의 여신)여. 내 위로 몸을 활짝 펼치시어 당신 속에 있는 사라지지 않는 별들 속에 나를 받아들이소서. 내가 죽지 않도록” 그녀는 사후의 많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라지지 않은 위대한 이집트의 파라오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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